Heading to New Plymouth

와이토모 가기는 시간이 이미 늦었다고 해서 곧바로 뉴 플리머스로 떠났다. 길고 긴 여정이었다. 차 안으로 내리쬐는 햇살이 뜨거워서 볼이 빨갛게 익었다. 그래도 즐거웠다. 아이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난 또 속없이 쿨쿨 자기도 하고^^; 중간에 상진이도 좀 잤다고 하던데 재만이가 운전하느라 고생이 참 많았다.


한참 가다가 피우피우에서 이런 표지판을 만났다. 호빗 촬영지까지 14km!

아이들이 또 누나 호비튼 못 본 대신 이거라도 보여줘야 한다고 길을 틀었다. 이 Hairy Feet이 모든 것의 원흉이었다. ^_ㅠ 그래도 날 생각해서 그렇게 해준 거니 다시 한 번 고마웠다.


가다 보니 멋진 절벽이 나와서 ‘멋지긴 멋진데 호빗 촬영지는 어디에 있을까’ 하면서 조심스럽게 더 달렸다. 30분쯤 들어가서도 이무것도 없자 상진이는 이 정도면 14km는 당연히 지났다고 주장했고 재만이랑 나도 그만 돌아가야 하나 갈등에 빠졌다.

굉장히 깊은 산중이라 유턴도 어렵고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었는데 어쩌다가 지나가는 차를 한 대 멈춰 세워서 아이들이 길을 물어봤다. 놀랍게도 Hairy Feet은 우리가 지나친 게 아니라고 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기에 ‘뭐 이런 14km가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좀더 가봤다.

열심히 간 결과는 [closed]. 헤헤 그치만 어차피 볼 것도 없어 보였고 딱 보니 입장료를 받을 것 같은 외관이었기에 앞에서 사진이나 열심히 찍었다.



열심히 카메라 세팅 중인 상진이.

저 낡은 미쓰비시는 재만이가 650불을 주고 구입한 차라고 한다. 내외부 모두 상태가 처참해서 도둑도 불쌍해서 그냥 지나갈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재만이의 첫 차에 얽힌 슬픈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뭐라더라, 자기 친구 한 명은 경찰이 너 운전을 이상하게 한다고 자기들 앞에서 운전을 해보라고 하더니 면허를 박탈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다시 산을 빠져나왔다. 길목에 주유소가 있었는데 아이들은 좀더 싼 데서 주유하자고 이야길 하더니 그냥 지나쳤다.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밤은 깊어가고 아무리 찾아도 근처에 주유소는 없고 있다 해도 이미 문을 닫은 상태. 밤이 깊었다고 해봤자 9시쯤이었는데 뭐 이런 동네가 있나 싶을 정도로 열려 있는 곳이 없었다.


우레누이 주유소에서 내려서 열심히 전화도 걸어보고 문도 두드려 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고 길 건너 모텔에조차 아무도 없었다.

기름부족 등이 깜빡이는 가운데 침묵의 라이딩을 시작했다. 나중에 한 얘기지만 이때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도로 중간에서 차가 멈추면 우리가 차를 도로 주변으로 밀어야 하나 뭐 이런 생각들. 재만이는 심각하게 ‘누나 차 앞자리에서 잘 수 있겠나’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다행히 뉴플리머스에까지는 어떻게 다다랐고 24시간 주유소가 있어서 주유도 했다. 다른 가게에 불이 모두 꺼져있는 가운데 씽씽이를 타고 다니는 두 명의 어린 일진들을 만났다. 주유소에 딸린 가게가 영업시간이 종료해서 물건을 팔지 않는다고 하자 아이들이 항의를 하는 것 같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왜 굳이 이 밤중에 뭘 사먹으려고 하나 싶어서 너희 집에 먹을 거 없냐고 물어봤더니 먹을 건 있지만 돈이 점 있어서 뭔가를 사먹으려고 했다고 시크하게 대답했다. 그러고는 나한테 ‘너 뉴플리머스에 살아? 중국인 샵 주인이야?’라고 물어봤다. ㅎㅎㅎ

주유소 직원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좀 줬는데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기도 한국에 가봤다고 했다.

주유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뉴플리머스에 진입했으나.. 이제는 숙소가 문제였다. 이곳 숙소들은 대체로 체크인을 8-11시쯤 마감하는데 그때가 이미 11시였다.

뉴플리머스에는 백패커스도 거의 없고 아리키 하나 장도만 있었는데 그곳도 체크인 마감. 아무도 없었다.

열심히 아고다를 검색해서 그나마 예산에 맞는 코로네이션 코트 모텔을 찾아갔는데 모텔은 24시간 체크인 가능하다는 아이들의 장담과 달리 직원은 쿨쿨 자고 있었고 체크인 시간이 지났다는 말을 하고 들어갔다. 잠을 깨워서 미안하면서도 그냥 체크인 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결국 Auto Lodge밖에 없었다. 좀더 비싸고 침대가 하나밖에 없어서 아이들이 안 가려고 했던 덴데 여긴 자정까지 체크인을 받아주는 건지 아무튼 체크인이 가능했다. 원래는 2인실인데 같은 가격에 3인을 받아주는 거라고 했다. 체크인을 늦게 해서 편의를 조금 봐준 듯했다.

침대가 커서 셋이 함께 자도 충분하다는 직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뜻밖의 럭셔리한 숙박을 하게 됐다.

아까 피자 먹고 자정 넘어서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다. 뭘 사러 나갈 기운도 없어서 팀탐 같은 걸 조금씩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침대가 2인용이어서 나는 아이들 둘이 침대에서 자고 내가 바닥에서 자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주장했는데 아이들은 나보고 침대에서 자라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내기로 했는데 한 번에 내가 졌다. 기억하자, 남자는 주먹이다.

아이들은 누나 이왕 큰 침대에서 자는 거 대자로 누워서 자라고 했지만 미안해서 소심하게 침대 구석에서 쪼그려 잤다. 이렇게 좋은 방에서 자면서 편한 침대 놔두고 나 때문에 둘 다 침낭에서 자는 게 마음이 안 좋았다.

다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워 있는데 재만이가 ‘누나, 누나 일행들한테 지금 상황 얘기했어요?’라고 물어봐서 ‘음.. 말해야 하나? 말하면 약간 걱정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더니 재만이랑 상진이 둘 다 웃음을 터뜨리면서 약간이 아니라 많이 걱정할 것 같다고, 그냥 예정대로 애들이랑 헤어지고 호비튼 잘 보고 오클랜드 와 있다고 얘기하라고 했다. ㅎㅎ 귀여운 녀석들!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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