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orua

로토루아는 타우포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다.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도시라고 들었는데 냄새가 곧바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새로운 도시에 가면 무조건 아이사이트에 들러서 정보를 얻고 가더라. 뉴질랜드는 이런 게 참 잘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단 아이사이트 방문 후 내 백패커인 Crash Palace로 갔다. vacancy가 있으면 아이들도 이곳에 묵으려고 했는데 자리가 하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백패커 내 바에서 파는 술을 사마실 수만 있고 주류 외부 반입이 안 된다고 해서 아이들은 다른 곳을 알아봤다.

직원에게 근처에 Solid Rock이랑 Waialiki Planet Backpackers가 있다고 해서 두 군데를 다 가봤다. Solid Rock은 시설이 괜찮아 보였고 12불을 내면 실내에서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서 괜찮아 보였는데, 상진이가 오늘 저녁에 오클랜드 맛집으로 소문난 Occidental의 mussel 요리를 그대로 재현해 보겠다고 자신만만해 있었던 터라 부엌에 오븐이 있는 Waialiki로 발걸음을 옮겼다.

Waialiki는 내 숙소에서 길만 건너면 되는 곳이었다. 숙소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더 저렴하고 부엌에 오븐도 있어서 아이들은 거기서 묵기로 했다. 본인들이 희생하고 나에게 맞춰서 숙소를 잡아줘서 무척 고마웠다.

Waialiki 주인 아저씨는 유쾌한 분이었는데, 우리가 오늘 저녁에 폴리네시안 스파에 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자연 계곡을 알려주셨다. Waiotapu 쪽으로 차로 20분 정도 들어가야 있는 곳이었다. 영락 없는 한국의 계곡 같아 보였는데 유황 냄새 – 훈제 계란 냄새..? – 가 났고 물이 따뜻했다. 원래는 좀더 뜨거운데 직전에 비가 와서 온도가 딱 적절했던 거라고 한다. (나중에 Just Go 뉴질랜드를 찾아보니 Kerosene Creek이라고 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용기를 짜내서 비키니만 입고 스파를 하려고 비키니를 챙겨왔는데 이 아이들 앞에서 도저히 비키니를 입을 자신이 없어서 그 위에 치마랑 티셔츠를 치렁치렁 입고 계곡으로 입수했다.

작은 폭포 같은 것도 있고 사람도 적당하게만 있었고 자연 계곡물이 따뜻한 게 너무 신기했다!! 무엇보다 공짜라니..! 나도 이 아이들 덕분에 적은 돈으로 여행하는 것의 낭만:)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다.

폭포는 정말 작아서, 폭포 위에서 놀던 여자애들이 폭포 아래에 있던 나에게 카메라를 던져줄 테니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약간 점프하면 받을 수 있는 높이였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놓칠까봐 매우 두려웠다. 그래도 성공해서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도 찍어달라고 했다.

지금 뉴질랜드는 일몰이 8:30쯤이다. 8시쯤까지 놀다가 슬슬 배가 고파져서 장을 보러 갔다. 뉴질랜드의 흔한 마트로 Pak n Save와 Countdown 정도가 있는데 이 아이들은 Pak n Save가 Countdown보다 싸다고 주장하며 여행 다니는 내내 날 Pak n Save에만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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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는 고구마를 kumara라고 부른다. 아마도 마오리어일 것이다. 아이들이 모양이 안 예뻐서 군고구마 만들기가 어렵다고 했다. ‘군고구마가 왜 예뻐야 하나! 맛만 좋으면 되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뉴질랜드 마트의 와인 코너는 듣던 대로 엄청났다bb 사진으로 보이는 것의 8배 정도 되는 듯.

참 설명을 안 했는데 이 아이들은 워홀러들이다! 지금은 네이피어에서 호크스 베이 와인을 만드는 데 쓰는 포도밭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그 밭에서 난 포도로 Oyster Bay 와인을 만든다고 들었다고 하길래 (아이들이 생산한 포도는 2018빈티지에 쓰이겠지만) 기념삼아 Oyster Bay 소비뇽 블랑을 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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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숙소에 짐을 놔두러 간 사이 프로페셔널한 배 셰프는 고기를 재우러 뛰어갔다. 나도 곧이어 따라가서 Waialiki 아저씨랑 계곡에 대한 소감을 좀 나누고 일을 좀 거들었다. 저 양파랑 버섯은 내가 손질한 거다ㅎ_ㅎ

이 아이들은 생활력이 뛰어나다. 마트에서도 $1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요리며 설거지며 척척 잘 한다. 보고 있으면 엄마 생각이 날 정도다. 요리가 완성되면 바로 먹고 싶을 법도 한데 쓱쓱 프라이팬을 닦고 오는 걸 보고 조금 멋있다고 생각했다! :3

참 이거 소고기인데 3덩어리에 15불 주고 구입했다. 사실 원래는 gourmet fillet인가 아무튼 가장 질 좋은 걸 사려고 했는데 재만이가 ‘나는 지금 배가 부르고 싶다’라는 명언을 남겨서 조금 저렴한 걸로 샀다.

맛은 정말이지 사먹는 것보다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진이가 고든 램지/제이미 올리버한테 배운 방법으로 요리해줬다. 오일, 소금, 후추에 30분 동안 고기를 재워놓은 뒤 굽다가 마늘을 고기에 문지르고, 버터를 한 조각 녹여서 그 녹은 물을 고기 위에 끼얹으면 끝!이었던 것 같다.

상진이는 미디움 레어로 굽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좀 더 익었다고 안타까워했지만 재만이랑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사이다를 따려는데 병따개를 못 찾아서 상진이가 끙끙대고 있자 뒤에 앉아있던 청년이 병따개를 찾아봐서 뚜껑을 따줬다. 상진이가 그에 대해 “You saved my life!”라고 말해서 거기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서 이런 재치를 배워온 건지, 나도 나중에 꼭 이 표현을 써먹어 보리라 다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와인 한 병이랑 사이다 두 병을 마셨는데 난 역시나 신나게 마시고 취해버렸고 아이들이 숙소까지 잘 데려다 주었다. 😛 다음날 아이들이 누나 어젯밤에 숙소 자물쇠 못 열어서 끙끙댄 거 기억나냐며 웃더라.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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