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orua Day 2

Crash Palace는 정말 별로였다! Haka Lodge가 너무 좋았던 걸까? 주류 반입이 안 되고 세탁비, 건조비가 각각 4불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지만=_= 2층 침대도 누군가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려서 그렇게 술을 마시고도 6시쯤 잠에서 깼다. 뭐, 일찍 깬 데는 내 숙취 탓도 있기는 했다. :3 그래도 덕분에 느긋하게 씻고 아이들을 기다릴 수 있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이 식사가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요리해 먹는 끼니였다. 그래서 음주 후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상진이가 토스트를 열심히 만들어줬다. 코올슬로가 뭔지는 알지만 한국에서 흔하게 먹는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이 전날 마트에서 코올슬로를 사길래 뭐에 쓰려고 사는 건지 궁금했는데 토스트에 넣어 먹었다!

요리를 도와주지는 않고 또 구경만 열심히 했다. 식빵 한 면에 버터를 덕지덕지 발라서 토스트기에 넣어서 굽고, 계란을 부치고 햄을 굽고 나서 빵에 코올슬로를 듬뿍 얹고 계란이랑 햄을 얹어서 빵으로 다시 덮어서 먹는다. 상진이는 여기에 더해 빵 한 쪽 면에 딸기잼을 발라서 먹었다.

한국에서는 아침을 잘 안 먹었는데 과하다 싶게 많이 먹었다. 두툼한 토스트에 바나나랑 초콜릿 요플레까지! 토스트는 신기하게 이삭 토스트 맛이 났다. 초콜릿 요플레는 내가 고른 건데 너무 달기도 하고 그렇게 맛있지 않았는지^^ 아이들이 작별선물로 요플레 남은 거랑 갈릭버터, 남은 코올슬로를 줬다.

그러고 나서 산으로 루지 타러 갔다! 아이사이트에서 표를 사서 갔더니 줄을 서지 않고 바로 곤돌라를 탈 수 있었다. 곤돌라랑 루지 5회에 56불! 나는 별 생각 없이 계산했지만 이 정도 금액이면 아이들은 이게 며칠치 일당인가 하며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결제했을 것이다.

솔직히 채무초과 상태인 나랑 비교하면 얘네들이 훨씬 부유한데 이 아이들은 본인들이 일해서 번 돈이다 보니 한 푼 한 푼에 민감한 것 같다. 반면에 일 안 하는 나는 그 돈의 소중함을 몰라서 막 쓰고.. 이렇게 빈부격차가 커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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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올라가니까 Lake Rotorua가 보였는데 말 그대로 breathtaking view였다. 재만이도 뉴질랜드에서 본 것 중 최고라고 연신 감탄했다. 우리 모두 남섬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북섬이 이 정도면 남섬은 어떻다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가 스위스보다 아름답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에이 설마~ 스위스에 있으면 평생 살고 싶을 것 같은데. 스위스 한 번 가보고 싶다!’라고 해서 귀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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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 코스는 Scenic – Intermediate – Advanced 세 종류가 있는데 처음 탈 때는 무조건 가장 쉬운 코스인 Scenic을 타야 한다. 이 바퀴 달린 썰매 같은 걸 타고 산을 빠르게 내려가는데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고 정신을 잠시라도 놓으면 코스 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 같아서 나는 무척 무서웠다ㅠ_ㅠ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T^T

남자 애들은 역시나 엄청 신나하면서 질주했고,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빠들이 너무나 신나했다. 나도 가족들이랑 왔으면 아버지랑 동생이 무척이나 즐거워 했을 것이다.

무서워서 다음 루지를 타려고 줄을 서 있으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더니 재만이가 누난 무슨 퀘스트 깨는 것처럼 루지를 타냐고 놀렸다. 그런데 계속 타다 보니 눈물은 여전히 고였지만 진짜 재밌긴 재밌었다.

아침에 먹은 것도 이때쯤 이미 다 소화가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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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이가 루지 타는 영상도 아주 잘 찍어줬는데 이곳 와이파이 속도로는 3분짜리 동영상 업로드는.. it’s gonna take forever, so.. 사진으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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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o Vegas다ㅋㅋㅋㅋ 귀여움!

100배 즐기기에서 배운 깨알 지식에 따르면 roto는 lake고 rua는 second라는 뜻의 마오리어라던가. 어쩌면 두 단어의 뜻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뉴질랜드 도시 이름들은 대체로 마오리어로 되어 있어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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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 라이드를 마치고 다시 산 밑으로 내려와서 Government Garden으로 갔다. 박물관 자체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었고 그 안으로 가서 lakefront를 걸었다. 아까 산에서 보였던 Lake Rotorua를 아래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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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흑조가 산다. 영화 블랙스완을 좋아해서 신나게 구경했다. 사실인정론 시간에 들었던 흑조와 귀납법에 관한 이야기도 잠깐 생각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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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찍다가 꼬마애한테 칭챙총 소리를 들었다. 어린애야 그럴 수 있다고쳐도 같이 있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뭐라고 하지 않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상진이도 뉴질랜드에 와서 차별적인 발언을 처음 들어본다고 분개했는데 재만이는 달러킹에서 일할 때 별 소릴 다 들어봤다고 애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로토루아에서 니하오 소리도 두 번이나 들었는데 처음에는 어버버하면서 그냥 지나갔다가 두 번째에는 안녕!이라고 하라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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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만이가 차 앞유리에 묻은 새똥을 닦는 사이 나는 ‘뭐가 꽃이고 뭐가 사람이가’하는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

둘 다 경상도 아이들이라 아직도 경상도 사투리가 귀에서 아른거린다.

이곳은 피자가 참 싸다고 한다. 잠시 차를 타고 나가 피자헛에서 5불짜리 피자를 한 판 주문해 놓고는 바로 옆에 있는 Pak n Save로 가서 탄산음료를 사러 갔다. 뉴질랜드에서는 L&P라는 레몬에이드를 많이 먹는다며 누나는 여행자니까 이것저것 먹어봐야 한다고 굳이 이걸로 골라왔다. 그 와중에도 같은 L&P 제품들 중에서 조금이라도 싼 걸 사려고 고심하는 아이들ㅎ_ㅎ

내가 피쉬앤칩스도 먹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구글 맵으로 찾아 가서 피쉬앤칩스 세트도 사왔다. 헤헤 나는 먹고 싶다고 말만 해놓고 애들 길 찾는 건 도와주지도 않음^_ㅠ 얘들아 고맙고 미안하다..♡

그리고 난 원래는 마타마타에서 피쉬앤칩스를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꼭 그날 안 먹어도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마타마타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북섬에서 피쉬앤칩스를 못 먹어볼 뻔했다.

아이들은 피쉬앤칩스 가게에 가서 줄곧 네이피어의 피쉬앤칩스 가게 얘길 했다. 거기도 여기처럼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그곳의 갈릭칩스가 정말 맛있었는데 요즘 초심을 잃어서 양이 줄었다며 꿍얼꿍얼~_~

상진이가 스시집에서 일했을 때 얘기도 했다. 영어를 하나도 모를 때 스시집에서 일하면서 생선이름을 무작정 외웠다고 했다. 여기에서도 메뉴판에 쓰여진 snapper라는 단어를 보고 ‘어 저거 비싼 생선이었는데..’ 했다. 영어를 하나도 못하던 애들이 처음 여기서 일을 할 때 얼마나 고생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금방 영어가 많이 늘어있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 잘한다! 일단 말귀는 나보다 잘 알아듣고 다른 이들의 말에 리액션 하는 걸 자연스럽게 잘한다. 재만이는 가게 종업원들에게 말을 걸고 나면 언제나 ‘Have a good day!’를 던지고 상진이는 늘 ‘Lovely!’를 외친다. 높은 확률로 lovely는 영국 친구들에게 배우지 않았을까. 나도 언젠가는 ‘Have a good day.’를 써먹어봐야지 생각했다.

아 그리고 뉴질랜드에는 연예인이 없고 대신 블랙 어쩌고 하는 럭비 선수들이 광고도 찍고 진짜 인기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아이들 덕분에 그냥 오면 몰랐을 뉴질랜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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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가지고 다시 Government Garden으로 돌아와서 나무 아래 벤치에서 맛있게 냠냠했다. 피자는 별로 맛이 없어서 한 조각만 먹고 말았더니 아이들이 많이 먹는 누나가 하나밖에 안 먹는 걸 보니 진짜 맛없나 보다고 수근거렸다. 😦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얘길 했다! 원래는 여기까지 우리가 함께 하는 일정이었고 이제는 정말로! 아이들은 와이토모로 가고 나는 로토루아에서 하루 더 머물면서 마오리 문화를 구경했다가 다음날 마타마타로 가는 일정이었는데…

나도 이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무척 아쉽고 불안했던 차에 상진이가 ‘누나 호비튼 볼 거 없대요. 같이 뉴 플리머스 가요.’라고 했고 나는 또 다시 옳다구나 하면서 덥썩 물었다.

사실 재만이랑 이야기가 된 건지 몰라서 재만이 눈치를 살짝 봤는데.. 눈치만 보고 아무튼 같이 가겠다고 했다.

뉴플리머스가 뭐 하는 곳인지도 몰랐던 데다가 거길 가지면 오늘치 숙박비, 호비튼 투어비를 통째로 날려야 해서 고민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아이들이랑 다니는 게 더 즐겁고 남는 게 많을 것 같았다.

아이들은 숙박비 환불 딜을 해보라며 일러줬고 호비튼 투어비도 조금이라도 돌려받아 보자며 숙소에서, 아이사이트에서, 호비튼 오피스에서 고생을 했다.

내가 저렴한 표를 구해보겠다고 중간에 에이전시를 끼고 표를 예약한 것이 패칙이었다. 결국은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이런 노력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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